Maleficent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2014년 버전 Maleficent를 지난 주 둘째 아이와 함께 봤어.
안젤리나 졸리가 나온다는 것과 디즈니 영화라는 사실에 조금은 환상적이고 가족 영화같은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사실 기대에 조금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더군 ㅎㅎㅎ
전체적인 재미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디즈니다운 상상력으로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새롭게 해석한 부분은 높게 살만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주가 깨어나는 것이 멋진 왕자님의 키스가 아닌 마녀의 키스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결국 마녀조차 사랑하는 남자에게 배신당한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설정에서는 조금 식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여자가 좋게든 나쁘게든 변하는 건 결국 남자에 의해서란 말인가?? 그 착하던 Maleficent (이 단어를 한국어로 옮겨 쓰자니 왠지 오글거려서) 가 결국 남자하나 때문에 모두가 무서워하는 마녀로 변하고 복수의 화신이 된다는 설정은 글쎄.... 좀 마음에 안들더군. 16세 생일에 키스라면 안되는거였어 ㅠㅠㅠㅠ 그래도 반전이라면 그 상처는 어린 여자아이와의 사랑에 의해 극복되고 그 사랑이 모두를 살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지.
사실 왕자가 키스할때 정말 조마조마했어,, 공주가 그 키스에 깨어날까봐 얼마나 걱정스럽던지...
"제발 왕자의 키스따위 개한테나 주라그래" 소리가 마음 속에서 울려퍼지고 있었으니까. 상처받은 사랑은 결국 다른 사랑으로 채워지지만 다행스럽게도 마녀의 상처받은 마음이 다른 멋진 남성의 사랑이 아니라 순수한 한 영혼에 의해 채워진 것이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만족스러운 단 하나의 이유였어.
열심히 노력하면 결국은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디즈니의 논리에 잘 따른 스토리였지만 그래도 한가지 남성을 주변화 시키고 여성을 주체적인 존재로 만든 점 하나만큼은 봐 줄만했다고 생각해. 하지만 영화비는 아직도 아까워.. (휴,, 내 피같은 영화비 $18.50)
안젤리나 졸리의 마녀 분장은 정말 너무 잘 어울렸어. 하긴 그녀에게 뭐든 안어울리겠냐만 -__-
15살짜리 우리 딸에게 남녀간의 사랑은 그렇게 환상적인 꿈은 아니라는 얘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 제일 큰 수확이라 할 수 있지. 얘가 아직 사춘기라 남친이나 연애 이런거에 관심이 많거든,, 이 녀석 어렸을때 일부러 백설공주, 신데렐라, 뭐 이딴 동화책을 안읽혔거든. 이런 책들은 늘 여성은 멋진 남성을 만나기만 하면 행복해지는 것으로 얘기하고 있어서 내가 무척 싫어했어.
그랬더니 어느날 학교갔다와서 한단 소리가 자기만 백설공주나 신데렐라를 몰라서 선생님이 얘기할때 자기는 완전 외계인 같았다며 불평을 하더라고 ;;)) 그러더니 이젠 제법 이런 얘기에 대화가 통하니 많이 컷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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