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홀로 잠든 밤이 더 많았네
박노해
홀로 잠든 밤이 더 많았네
고독한 별의 밤이 더 많았네
나는 처소를 지고 여행하는 달팽이처럼
흐르는 강물 따라 여행하는 나뭇잎처럼
눈물의 지구를 떠도는 고아만 같았네
늘 길을 찾아 떠나는 게 삶이어서
정처 없이 유랑하는 나의 집은
바람이었나 나무 아래였나
돌무덤이었나 그녀 곁이었나
이 넓은 세상에 집은 없어도
밤이 오면 내가 기거한 처소는
별 세 개도 별 다섯 개도 아닌
수억 개의 별이 쏟아지는
어느 광야나 사막이나 길섶이었네
이제 별 아래 거처에 잠이 들려 해도
내 곁에 함께 누워 별을 헤아리다
서로의 눈동자 속 별을 바라봐 줄
그대가 지구에 없다는 슬픔이었네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홀로 잠든 밤이 더 많았네’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 수록 詩 10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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