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오래전 읽었던 책을 지난해 다시 구해 읽기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귀한 보물을 들여다 보듯 한편 한편 읽어내려가다 보면 왠지 아까운 마음에 잠깐 덮어두었다 다시 열었다를 반복하며 그렇게 곱씹듯 읽어 내렸습니다.
그러다 선생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셨다는 비보를 전해들은 날은 차마 이책을 펼치지도 못하고 손에 들고만 있었지요.
신영복 선생님께서 우리 곁을 떠난지 이제 100일이 넘었고 왠지 이젠 이 책을 다시 펼쳐도 될 것 같아 또다시 중간 어드멘가부터 읽기 시작했네요.
읽을때마나 놀라운 건, 그 좁은 감옥안 열악한 그곳에서 정재된 사고와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잃지않고 여전히 따뜻하게 바라보는 선생님의 시선입니다.
읽다가 나도 모르게 감동적인 떨림을 겪게되고 그 감정을 해소할 길이 없어 아무곳이나 손에 잡히는 종이 조각 한 쪽에 그 감동들을 써내려 가기도 합니다. 그것이 명함 뒷면이기도 하고 향수 샘플 종이조각이기도 하며 때론 카페의 냅킨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압도적인 감동을 주는 글들을 앞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우리 시대 큰 스승님들이 한분 두분 우리곁을 떠나가고 남겨진 우리는 왠지 저녁 산그늘처럼 쓸쓸하기만 합니다.
“옥뜰에 서 있는 눈사람, 연탄조각으로 가슴에 박은 글귀가 섬뜩합니다. “나는 걷고 싶다.” 있으면서도 걷지 못하는 우리들의 다리를 깨닫게 하는 그 글귀는 단단한 눈뭉치가 되어 이마를 때립니다. 내일 모레가 2월 초하루. 눈사람도 어디론가 가고 없고 먼 데서 봄이 오는 기척이 들립니다.”(388쪽ㆍ1988년 1월 계수님께)